당구

10/11/2013

애니 명작선 5/10 新世界より


일본의 작가 "기시 유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25화 분량의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여타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이 작품은 원작을 그대로 옮겨놨다 싶을 정도로 매우 훌륭하게 반영했고, 극장판 못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준다...

스토리는 여자 주인공인 "와타나베 사키"의 1인칭 회상형 시점으로 전개된다...

작품은 곧 와타나베 사키의 자서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작품 속에는 크게 두 집단의 요괴쥐 군락이 존재하며, 이들은 와타나베 사키로 대표되는 인간 종족을 "신"이라는 이름으로 떠받들고 인간들의 눈치를 보며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요괴쥐 집단도 마치 인간처럼 사회 구조를 이루고 있고, 한 세력은 거대한 연합 군주제, 다른 한 세력은 초반에는 미약한 규모의 군주제 집단이었으나 집단 내의 쿠테타로 인해 민주주의 체제를 갖게 되고 그 세력을 확장해 나아간다...

이렇게 서로 체제가 다른 두 집단이 세력을 확장하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결국은 전쟁이라는 수단으로 다투게 되는데, 이를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이 신이라고 불리는 인간이다

이들은 전쟁을 하기에 앞서 인간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며(일종의 집회 신고제), 허락없이 전쟁을 할 경우 주동자를 비롯한 집단 전체는 인간의 주력(염동력)에 의해 말살된다...

이처럼 인간이란 존재는 요괴쥐 집단 따위는 감히 고개를 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두려우면서도 위대한 집단이고, 인간은 신으로서 그들 위에 군림하는 매우 거만한 종족인 것이다(거만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 작품을 감상하면 필자의 단어 선택을 납득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요괴쥐 집단은 그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에게 온갖 아첨도 불사하며, 노동력까지도 제공해야만 하는 그런 미약한 존재이다...

이러한 요괴쥐 집단의 일부가 인간에게 불만을 품고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집중하고 감상하지 않으면 중요한 내용들을 놓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게다가 초반부가 조금 지루하다는 엄청난 함정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처음 화면을 접하면 시골 같은 주변 배경에 과연 이것이 SF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일까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다(물론 원작이 단순한 SF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필자는 굳이 장르 따위로 분류하고 싶지 않다. 장르로 작품을 분류하고 한정짓는 것이야 말로 인간의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자세히 언급하면 내용 누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말하지는 않겠지만, 작품 속에는 고도의 과학 문명의 산물이 등장한다...

고도의 과학 문명의 산물과 시골 같은 분위기의 언밸런스는 전개되는 스토리의 핵심 중 하나이다...


여담이지만, 원작에는 아직은 어리다 싶을 정도의 남녀 주인공의 성관계가 담겨 있지만, 애니메이션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감상한지 좀 오래되서 필자의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와타나베 사키와 남자 주인공인 "아사히나 사토루"와의 성관계는 작품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작가가 원작에 선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한 내용은 아니다...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사회적 제도가 그러하다...

안정적 사회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성적 행위(여기서 말하는 안정적 사회 구조의 유지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가 필요한 것이지, 단순히 성적 쾌락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

이러한 사회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보노보 원숭이 사회를 그 예로써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원작이 전혀 성적인 묘사를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활자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는 시각적 그래픽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에 작품 감상 중 상당히 에로스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성적 전희 과정이 등장하고, 게다가 동성 간에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부분만 접한 사람들에게는 흔히 말하는 "동성물"이니 "BL"이니 하는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사회 제도와 이들의 처참했던 숨겨진 역사를 알게 된다면, 이 작품을 동성물이라고 말하는 자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감상한 후에도 이 작품은 동성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혹은 바보 혹은 편협한 사고의 소지자라고 필자는 과감하게 단언한다(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소설 등의 모든 작품은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 물론 상업적 목적으로 의도적인 성적 코드를 삽입한 작품도 다수 존재한다. 그런 작품과 비교하지마라)...


흡인력이 있는 여타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엄청난, 그것도 매우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

작가의 엄청난 필력으로 인해 감상하는 내내 등장인물 어느 누구도 쉽게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필자가 이 작품을 접하고 느낀 것은 "인간은 오만이 극에 달한 생물"이라는 것이다...

작품 속의 요괴쥐들은 정말 추악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구역질나는 냄새와 청결하지 못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작품에 심취한 나머지 감상하는 내내 요괴쥐들이 정말 추악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들의 성격은 얼마나 기회주의적이고 교활한가...

하지만 그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인간이야말로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가...

자신들의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진실을 은닉하고 왜곡하는 것이 인간이다...

필자가 뒤늦게 이 작품의 리뷰를 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작태를 보라...

얼마나 추악한가...

정부는 국민을 등지고 자신들만의 권익과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고, 치부를 감추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뉴스를 보라...

일반인들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 나머지 온갖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은 바로 우리들 인간이라는 존재의 속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상호 존중해야할 대상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배척하고 있다...

게다가 같은 인간끼리도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비방을 일삼으며 살고 있다...

작가는 아마도 공존의 중요성과 절대 정의 부재, 상호 가치관의 인정 및 수용 등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국은 2009년도부터 "유전자 정보에 기한 고용 차별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아직 우리나라는 이러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머나먼 미래, 인간은 오만함이라는 이름으로 뛰어난 과학 기술을 이용해 어떤 행위를 할지 모르는 위험성을 지닌 생물이다...

인간이 축적한 지식의 양이 방대한 만큼 지식의 활용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오만함과 존엄성의 의미를 재고찰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작품의 마지막화에서 요괴쥐 "스퀴라(야코마루)"가 절규하며 내뱉은 대사를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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