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게임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개발자나 제작사 입장에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게임 시리즈는 군국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明治天皇(메이지 텐노우)로 불리는 일본 역사의 성군으로 알려진 睦仁(무스히토) 시기, 텐노우의 힘을 넘어 실권을 장악한 신정부 하급무사들이 일본의 개혁에 나서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가 알고 있는 伊藤博文(이토 히로부미)입니다.
실권을 장악한 신정부는 조선을 침략하고 明治天皇 사후 허수아비 텐노우로 그의 서자인 明宮嘉仁(하루노미야 요시히토)를 大正天皇(다이쇼 텐노우)로 내세웁니다.
大正天皇는 조선 순종의 아들이자 황태자인 영친왕과 친분이 깊어 그에게서 한국어를 배우며 돈독한 관계를 쌓아가지만, 신정부가 좋게 볼리 없었고 결국 일본 제국은 파시즘 국가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와 달리 카리스마도 없고 존재감마저도 없었던 大正天皇는 선천적으로 몸이 병약하여 오래 살 수 없었고,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 후 昭和天皇(쇼와 텐노우)로 알려진 그의 아들 迪宮裕仁(미치노미야 히로히토)가 즉위하게 됩니다.
일본 제국은 점점 파시즘 국가로 변해가면서 열강들과의 세력 경쟁에 나서게 되고 중국에 괴뢰국가인 만주국을 세웁니다.
그리고 일본 제국은 만주국을 중심으로 당시 알려졌던 세계 최강의 열강들과 관계를 맺고 블록 경제 체제로 만들어 갑니다.
대영 제국이 인도를 중심으로 블록 경제 체제를 만들었다면, 일본 제국은 조선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을 블록 경제 체제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그 밖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의 열강들이 어떤 블록 경제 체제를 만들었는지는 여러분도 잘 알겁니다.
이런 블록 경제 체제는 당시 산업화로 거대해진 자본 세력의 생산성 급증으로 인해 과잉 생산된 생산품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열강들은 식민지를 개척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쉽게 말하면 물건 떠넘기기), 결국 경제 공황 사태가 발생하게 되고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됩니다.
암묵적인 정략적 관계를 맺고 있던 일본을 비롯한 열강들은 더 많은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되고 세계적인 비극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게임의 이면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담겨 있습니다.
아래는 SEGA korea에서 공개한 공식 소개 영상입니다.
SEGA games가 우리에게 알려진 일본의 일부 우익 기업들과는 달리 좀 독특한(?) 역사관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일본의 자존심인 전함 야마토도 부서버리는 회사니까요.)
1996년에 발매된 이 게임 시리즈의 최초 발매작 원곡 오프닝 영상을 링크합니다.
올바른 국가관이란 그 국가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인간상이 갖고 있는 국가에 대한 신념을 의미하지만, 역사관은 국가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관이라는 개념은 객관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성립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 예로 昭和天皇인 迪宮裕仁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우리나라는 迪宮裕仁가 일제 강점기의 최정점에 달했을 때의 명목상 국가 통치자이기 때문에 그를 전범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그가 조선 침략의 수괴라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지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세계가 해석하는 迪宮裕仁에 관한 시각은 우리와 차이가 있습니다.
세계는 그를 2차 세계대전을 유발한 패전국의 전범들 중 한 명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관점은 우리의 해석과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본질적인 면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과거 역사의 반성과 책임을 물었고, 현재도 일본 정부에게 묻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아픈 역사에서 유발된 감정입니다.
그러나 세계는 이런 주관적 감정이 아닌 세계에 큰 피해를 일으킨 장본인 중 하나로 인식함으로써 세계 평화와 질서를 어지럽힌 사태에 대한 책임과 반성을 요구합니다.
물론 그들의 이런 주장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이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고, 또한 그 당시 세계 최강의 열강이었으며, 지금도 그들은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어 있습니다.
조선의 안위에 관해서 그들은 안중에도 없었을뿐더러 미국의 대통령 Woodrow Wilson은 민족자결주의라는 명목으로 열강의 식민지 점령에 대한 합리화까지 하게 됩니다. (민족자결주의의 핵심은 주권국가의 국권에 대한 인정을 의미하는 것이지 식민국가의 국권에 관해서는 제외된 조항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사실은 승전국들 또한 식민 지배를 정당화했던 국가들이었다는 점,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영국에게 과거 거문도를 불법 점령했던 사실에 관해 깊은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프랑스 해군이 강화도를 침범하고 그 때 앗아간 우리 문화재들의 반환을 요구한 것에 관해서는 기억이 있으나 우리 정부가 프랑스에게 깊은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 사실은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물론 우리도 그에 앞서 프랑스에게 프랑스 신부들을 처형한 것에 관해서는 사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 민간인이었으니까요.)
극단적인 예로 패전국 독일은 이스라엘과 유태인들에게 사과를 표명했지만, 자신보다 약소국에 대해서는 사과를 한 적이 없습니다.
역사의 해석이 얼마나 주관적인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역사의 해석은 결국 더 이상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서로 핥아주는 형태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런 해석이 정권 유지의 도구로 사용된다면 그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 겁니다.
왜냐고요?
정권 유지에 이용하기 위한 我田引水 형태의 역사 해석이 파시즘 국가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가 이런 용도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